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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소중한 인연… 행복이 찾아왔어요”

작성일 : 2025-05-29 조회 : 420

“짧지만 소중한 인연… 행복이 찾아왔어요”

22일 ‘가정위탁의 날’

  • 기사입력 : 2025-05-21 20: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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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유명한 아프리카 속담은 가정위탁제도의 지향점과 같다. 매년 5월 22일은 가정위탁의 날이다. 경남신문은 위탁아동 라온(1·가명)을 1년 동안 키우고 있는 위탁모 윤진이(42)씨를 만나 사랑의 감정을 담았다. 또 조부모 밑에서 15년간 살며 성인이 될 준비를 하고 있는 위탁아동 정여진(18·가명)양을 만나 꿈을 들었다.

    위탁부모 윤진이 씨가 위탁아동 라온(가명)이와 장난감을 가지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위탁부모 윤진이 씨가 위탁아동 라온(가명)이와 장난감을 가지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위탁모 윤진이 씨

    1년 전부터 1살 라온이 보호·양육
    결국 헤어지겠지만 기억해 줬으면

    위탁아동 정여진 양

    조부모 15년간 보살핌…자립 준비
    어려운 환경 속 잘 키워주셔서 감사

    ◇가짜 관계일지라도 전해지는 감정은 진짜= 창원시 마산합포구에서 만난 윤진이(42)씨는 남편과 첫째 딸 규비(11), 그리고 라온(1·가명)과 함께 살고 있다. 라온이는 1년 전 가정위탁제도를 통해 가족이 됐다. 같이 살고 있지만 법적 동거인으로, 2년 뒤 원가정 복귀가 예정돼 있다. 진이씨는 주기적으로 아이와 함께 친모를 만난다. 평소 자신을 ‘가짜 엄마’라 칭하는 것도 아이에게 친엄마의 존재를 인지시켜 주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라온이는 행복 이상의 존재다. 살아오며 무뎌졌던 다채로운 감정들을 다시 선명하게 느끼게 해준다. 그런 감정들은 진짜다.

    “원래도 아이를 좋아했어요. 할 수 있겠냐는 남편의 물음에 꿈이라고 답했죠. 지금은 가족 모두 라온이로 행복을 느껴요. 특히 첫째 딸 규비가 남달라요.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도 내팽개치고 온몸으로 라온이와 놀아요. 평소에도 동생을 가지고 싶다고 했는데 진심이었어요.”

    진이씨가 가정위탁제도에 대해 알게 된 건 규비가 학교에서 받아 온 ‘아이 좋아’ 책자를 통해서다. 가족들에게 의사를 묻고 곧장 위탁부모 교육을 수료했다.

    “아이를 키워본 사람들은 느낄 거예요. 아이는 보호가 필요해요. 가정이면 더욱 좋겠죠. 생활 여건이 안 되는데 육아를 하라는 건 불가능에 가깝잖아요. 그럴 때 위탁 제도를 통해 가족의 연을 이어가면서 미래를 바라본다는 게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헤어짐은 많은 감정들 중 가장 무거운 감정이다. 지금은 기쁨을 전해주는 라온이지만 결국 헤어짐으로 끝난다는 걸 진이씨 가족은 알고 있다. 단지 물리적인 헤어짐이길 바랄 뿐이다.

    “사실 헤어지고 싶지 않아요. 친모를 만날 때면 위탁기간을 연장해도 괜찮다고 조심스럽게 말하기도 해요. 헤어지더라도 어릴 때 잠깐 함께 살았던 사람들이라고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 나중에라도 만날 수 있다면 덕분에 행복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나비처럼 날아 곁에 머물 것= 마산에서 양산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15년 전인 3살 때 조부모에게 위탁된 정여진(18·가명)양을 만났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여진양은 작년부터 학교 인근 원룸방에서 살기 시작했다. 같은 양산이지만 고등학교 진학 후 버스로 1시간 걸리는 통학 거리가 부담됐기 때문이다. 학업에 조금이라도 더 집중하라는 할머니의 배려도 있었다. 올해 75세인 할머니는 매일 아침 버스를 타고 원룸방으로 온다. 그날 먹을 반찬통을 두고 간단히 방을 정리한 후 몸이 불편한 할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여진양은 고마움과 함께 속상한 감정을 느낀다. 매일 오고 가며 챙겨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 하지만 남들만큼 받지 못함에 대한 투정 어린 속상함이다.

    “공부가 힘든 날은 조금 기대고 싶고 그래요. 같이 살 때는 잘 챙겨주셨어요. 나이도 있으시고 거리도 있으니 전보다는 소홀해졌다고 느껴요. 그래도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과정인 것 같아요.”

    여진양은 언론인을 꿈꾸고 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은 경남가정위탁지원센터 내 위탁아동 자립 프로그램에서 방향을 잡았다.

    “3년 전부터 모임에 참여하고 있어요. 대학생 누나들도 있는데 진로 상담을 하다가 기자라는 직업이 저에게 의미 있어 보여서 꿈꾸게 됐어요. 정확히는 경제 전문 기자가 되고 싶어요.”

    자립은 비유하자면 번데기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이다. 날개를 펴고 훨훨 날아갈 수도 있지만 여진이는 최대한 할머니, 할아버지 곁에 머물고 싶어 했다.

    “대학은 양산이랑 가까운 부산으로 가고 싶어요. 쉽지 않은 환경에서 저를 올바르게 키워주신 할머니·할아버지에게 보답해 드리고 싶어요. 덕분에 어긋나지 않고 평범하게 자란 것 같아요.”

    2025년 기준 경남에는 537세대의 위탁가정에서 660명의 아동이 자라나고 있다. 위탁아동 660명 중 만 18세 이하 아동·청소년은 436명이며, 가정위탁 사유는 친부모의 사망이 가장 많다.

    글·사진= 김용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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